대형화 전문화라는 흐름에 맞춰 부산지역 의료계에 전문화 네트워크화를 추구하는 병의원들이 잇따르고 있다. 프라임병원의 수술 장면. | |
"지난주 대장 내시경 검사로 직장암이 발견된 환자가 2명 있었습니다. 40대 남성 환자는 저희 병원에서 수술을 했습니다. 이 환자는 서울로 가지 않고 부산에서 수술한 이유로 '의사와 환자의 친밀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또다른 40대 여성 환자는 대형병원으로 갔습니다. 암 수술은 당연히 대형병원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유였습니다."
지난 3월 개원한 새항운병원 김민성 원장은 "전문화를 추구하는 중소병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형병원이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한다"며 "전문 분야에 대한 의료 수준 향상과 함께 환자의 마음을 읽어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대장항문과 위에 더해 간 질환까지 소화기 분야를 특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의 2차 전문병원 시범 사범 선정 병원인 센텀병원 박종호 원장은 "의료 소비자들이 대형병원이나 서울지역 병원에 대해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며 "이제 이런 생각을 바꾸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센텀병원 관계자는 "전문병원에 대한 환자들의 인지도와 만족도는 높은 편"이라며 "환자들의 신뢰를 더욱 높이기 위해 의료진들의 자체 컨퍼런스와 학회 연수, 병동 세분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전문병원 시범 기관인 세계로병원은 소아과 및 유방암과 유방재건 클리닉에 의료진을 보강했다.
홍제병원 구인회 원장은 "앞으로 의료산업은 원스톱 서비스가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특정 과목의 전문화만으로 어렵다"며 "리모델링 및 첨단화를 통해 시설 규모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라임병원 최봉식 원장은 "앞으로 대형화와 전문화를 넘어 초대형화와 초전문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문화와 네트워크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별 병의원으로 뚫기 힘든 난관
홍제병원의 진료실 모습 | |
'의료 수가, 직원 관리, 의료 마케팅 제한, 간호 인력 수급…'.
부산지역 의료계가 대형화 전문화라는 화두를 해결하기 앞서 호소하는 문제점들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환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의료 수가 하락 등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특히 치과의 경우 소비자들이 비용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따라서 의료진들이 최선을 다해 진료에 임하지만 수가 저항이 커지고, 인건비·재료비 등 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대형병원에 비해 재정적 투자 규모에 한계가 따르게 마련입니다. 간호등급제와 대형병원의 잇단 개원으로 간호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합니다. 게다가 직원들의 체계적인 훈련과 지속적인 교육을 통한 보다 편리한 의료전달 프로세스 확립에 어려움이 따르지요."
"병원 홍보에 대한 지나친 법적 규제로 의료 마케팅 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많은 병의원이 의료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고민하다가도 이 같은 현실적인 장벽 앞에서 좌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의료 광고의 다양성 확보, 직원 관리와 성과 관리 시스템 구축, 병원 경영·재무구조 진단 등을 위한 행정기관이 지원이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다.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 간다
미래아이여성병원 전경. 국제신문DB | |
변화하는 의료환경에 대한 부산지역 의료계의 자세는 고무적이다. 환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의료진 확보, 서비스 수준 향상, 시설 및 장비 확충에 대한 의지가 높다. 특히 전문화 네트워크화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77개 치료용 체어를 갖춘 굿윌치과네트워크 허정욱 원장은 "이미 부산의 치과 시장에 수도권 유명 네트워크의 진출이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규모에 비해 1.5배가량은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삼세한방병원 공복철 원장도 "병원의 규모 확대에 걸맞은 장비와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굿모닝성모안과 박진용 원장은 "라식은 물론 백내장 수술의 경우 지난해 전국 2위(1차 의료기관)의 수술, 그리고 녹내장 및 당뇨망막증 등의 전문화로 외래 환자 중 안과 영역에서 중증으로 관리해야 할 환자들의 비율이 높다"며 "안과는 어린이 젊은층 장년층 노년층 등 세대별 질환이 각각 다른 만큼 이에 따른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서비스 지역 및 진료 영역 확대에 대한 관심도 크다. 킴스피부과 김형주 원장은 "부산을 중심으로 울산 경남지역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으며 대한웰니스병원 강동완 원장은 "악성 질환까지 다루기 위해 지금보다 병상을 배가량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의료관광 활성화에 대해서는 대부분 병의원들이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좀더 가시적인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노블레스성형외과 이명종 원장은 "중국 대만 일본에서 수술 및 의료 자문에 응하고 있다"며 "환자 유치를 위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브란스유바외과 안정용 원장은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 지원", 아름다운피부과 남종택 원장은 "중소병원과 대형병원의 연계 방안" 등을 지적했다.
세화병원 이상찬 원장은 "전문화 네트워크화를 추구하는 병의원들은 변화를 주도하는 창조적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병의원의 경영진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이 개혁이라면 가장 큰 걸림돌은 변화하지 않으려는 리더의 태도"라며 "이를 먼저 깨달은 사람과의 네트워크가 새로운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는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 복지부 지정 '전문병원'이란
- 특정 질환에 난이도 높은 의료서비스
- 특화로 중소병원 경쟁력 향상
- 표준화된 의료 저렴하게 제공
현재 '전문병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병원은 많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전문병원 시범사업 대상으로 지정된 병원에 한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전문병원의 개념은 '산부인과 신경외과 등 특정 진료과목을 표방하면서 환자에게 전문화 및 표준화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신속·정확하게 제공하거나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등 특정 질환을 표방하면서 환자에게 고난이도의 의료 기술을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병원'이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4월 본 사업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 같은 전문병원 제도 도입은 의료자원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이다. 의원과 대형병원 중심의 의료 이용으로 중소병원들의 경영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소병원을 특화시켜 표준화된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이에 더해 더 저렴한 비용으로 종합전문요양기관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전문적 의료 서비스 제공이 목적이다. 전문병원은 병상당 전문의 수, 진료 실적, 간호사 수, 시설 및 장비 기준을 충족해야 선정될 수 있다. 외과·소아과·산부인과·신경외과·정형외과·안과·심장 질환·화상질환·알코올·뇌혈관 질환 등 6개과 4개 질환을 대상으로 한 2차 전문병원 시범 기관 운영 기간은 당초 계획상 2008년 5월부터 이달 말까지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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